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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한 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2016-01-26 09:10 조회 743
생각을 바꾸는 이야기
최봉수 CEO의 나를 바꾸는 생각

리더는 한 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학택지사(涸澤之蛇)라는 말이 있다. 법가를 주창한 한비자의 <설림>(說林) 상편에 나온다. 한비자의 <설림>은 말 그대로 이야기의 숲, 과거 역사나 전기, 일화를 간추려 만든 설화집이다.


한비자는 자신의 계책을 제왕들에게 팔아야 했기에, 그들을 쉽게 설득할 만한 풍부한 사례가 필요했고, 이를 역사에서 끌어왔다. <설림>도 그런 취지로 만든 책이다.




학택지사. ()물이 말라버렸다라는 뜻이니 학택은 물이 바짝 마른 연못이고 학택지사는 그런 연못의 뱀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고사가 뒤따른다.


어느 여름날 가뭄으로 못의 물이 말라버렸다. 연못에 살던 뱀들은 서둘러 다른 연못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러나 연못을 나와 이동하다가 자칫 사람들 눈에 띄면 큰일이다. 이때 작은 뱀이 큰 뱀에게 말했다.


당신이 앞장서고 제가 뒤따라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보통의 뱀으로 여겨 죽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저를 등에 업고 간다면 당신처럼 큰 뱀이 저같이 작은 뱀을 떠받드는 것으로 보여 아주 신성한 뱀으로 여길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쉽게 우리를 해치지 못할 겁니다.


큰 뱀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작은 뱀을 업고 연못을 나와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을 지나 다른 연못으로 옮겨갔다. 작은 뱀의 예상대로 사람들은 큰 뱀이 작은 뱀을 떠받드는 것이 신기하여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한비자의 <설림>에는 이 고사를 인용한다. 춘추 말기 제나라의 실력자였던 전성자(田成子)가 군주 간공을 살해하고 나라를 잠시 찬탈했다 실패하여 연나라로 도망칠 때다. 조나라 국경 망읍에 이르렀을 때 신표와 짐을 들고 수행하던 치이자피가 전성자에게 아뢴다.


혹 학택지사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지금 선생은 훌륭해 보이고, 저는 추해 보입니다. 선생을 제가 윗사람으로 모신다면 사람들은 선생을 작은 나라의 왕(千乘之君)정도로 볼 겁니다. 그러나 만일 선생이 제 시종처럼 위장한다면 큰 나라 정승(萬乘之卿)으로 여길 겁니다.


전성자는 치이자피의 말을 따랐고 여관에 들렀을 때 여관 주인은 이들을 귀인이라 여겨 술과 고기를 바치며 크게 대접했다.




한비자가 이 사례로 제왕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요새 말로 하면 섬김의 리더십'이 아닐까? 형만 한 아우 없다고 리더보다 뛰어난 부하는 없다. 애초에 능력이 더 출중했다면 그가 리더가 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 잠시도 자신을 내세워야 하고 드러내야 직성이 풀리는, 든 게 없는 자가 리더의 자리에 간혹 있기에 한비자가 학택지사를 이야기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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