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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맛, 나눠먹는 맛 : 고등어 완자와 생오징어 젓갈

2015-09-23 14:57 조회 2,375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 이야기
할머니의 요리 하나, 인생 하나

추어탕 양념 넣은 시래기 국에 곱게 다진 고등어 살을 수저로 떠 넣고 파르르 끓이면 고등어 추어탕이 된다.



강묘연 씨(75세)와 윤성자 씨(71세)는 자매나 다름없는 사이다. 30여 년 전 윤 씨가 부산 서구 아미동으로 이사 오면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비슷한 연배에 집도 1분 거리라 금세 친해졌다. 3년 전 강 씨가 한밤중 허리를 다쳐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 밤낮으로 곁을 지킨 사람도 윤 씨였다. 아무 때나 들르라고 집 열쇠까지 공유한다니 둘의 돈독한 관계를 알 만하다

.

요리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음식을 만들어 이웃에게 대접한다. 멀리 서울에서 온 기자를 위해 준비한 별식은 고등어 완자와 생오징어 젓갈. 한데 준비한 재료를 보니 한 끼 먹을 양치고는 너무 많았다. 고등어만 무려 열다섯 마리에 오징어가 일곱 마리. 10인분은 족해 보였다.


강 씨는 “우리 집에 오는 할매들이 열 명쯤 되는데 항상 배불러서 남길 만큼 만들지, 절대 모자라게는 안 만듭니더” 하고 단언했다. 겨울이면 놀러온 할머니들 따뜻하라고 거실에 전기장판을 종일 켜두느라 한 달 전기세가 30만 원이 넘고, 매달 식비도 만만찮지만 개의치 않는다. “동네 할매들 뜨신 점심도 차려주고 간식으로 팥죽이나 국시도 끓이지만 아까운 게 없어예. 내가 아들 셋에 딸 둘을 낳았는데 다들 잘 삽니더. 손주가 열한 명인데 그 아들도 착하고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남한테 많이 베푼 덕에 우리 집이 이렇게 잘됐는가 싶더라고예.”


강 씨가 오징어를 손질하는 동안 윤 씨가 고등어 완자 요리에 나섰다. 윤 씨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는 배 타는 사람이 많아 고등어가 밥상에 자주 올랐다. 하지만 어린 윤 씨는 가시를 발라먹는 게 힘들어 생선을 싫어했다. 그런 딸을 위해 친정어머니가 만든 별미가 고등어 완자였다.


고등어 살과 채소를 곱게 다져 둥글게 빚고 찹쌀 고물을 묻혀 찐 고등어 완자는 아이 입맛에도 딱 맞았다. 언뜻 보기엔 주먹밥 같지만 한입 베어 물면 찹쌀 고물 속에 숨은 고등어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비린내는 사라지고 고소함만 여운처럼 남는 건 다진 생강으로 냄새를 잡은 덕분이다. 윤 씨는 찹쌀 고명의 쫀득함과 고등어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그 맛을 기억했다가 스물넷에 시집 와서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재료를 잘게 다져 넣는 고등어 완자는 손이 많이 간다. 기왕 고등어를 손질한 김에 한 가지 더 만드는 음식이 고등어 추어탕이다. 추어탕 양념으로 끓인 시래기 국에 고등어 완자 만들고 남은 고등어 살을 넣어 만드는데, 부산에서는 이를 고등어 추어탕이라 부른다. ‘미꾸라지도 없이 웬 추어탕?’ 싶지만 팔팔 끓인 국물에 산초가루까지 뿌리면 맛도 모양도 어김없는 추어탕이다.


어렸을 때는 섬에 살아서, 결혼한 뒤에는 낚시가 취미인 남편과 사는 덕분에 윤 씨의 집에는 숭어며 학꽁치 같은 생선이 끊일 날 없다. 서울에서라면 비싸게 팔 회도 그의 집에서는 그냥 밑반찬이다.


“내 손이 꼭 더덕장아찌 같지예? 이게 매일 회 뜨느라 손을 베고 해서 그랍니다. 우리 영감은 회 먹자고만 하지 이런 고충을 절대 모를 거라예.”


윤 씨가 고등어 추어탕의 간을 보는 사이, 강 씨가 오징어 버무릴 준비가 다 됐다며 부른다. 껍질 벗긴 오징어를 몸통만 골라 큼직하게 썬 뒤 갖은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두툼한 오징어 살을 씹는 맛이 쏠쏠하다. 강 씨는 젓갈이라 부르지만 숙성시키지 않고 바로 먹기 때문에 생오징어 무침에 가까운데, 김치냉장고에 시원하게 두면 보름도 끄떡없다. 생오징어 젓갈은 시판 젓갈이 너무 달아 싫다며 푸념하는 아들을 위해 고안한 음식이다. 손주들도 아버지

입맛을 닮아 생오징어 젓갈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머슴을 너덧 명씩 부렸던 경남 함양의 시골집에서 자란 강 씨는 친정어머니를 도와 머슴들 밥상을 차리며 음식을 배웠다. 소금은 간수 뺀 것을 써야 제 맛이 난다는 어머니 가르침대로, 강 씨는 소금을 사면 일 년쯤 간수를 뺀다. 소금이 보슬보슬해지고 쓴 맛도 빠지는데 이걸로 매년 3월마다 직접 장을 담근다. 메주 두 덩이, 물 10되, 왕소금 6되를 넣으면 간이 딱 맞는다. 이렇듯 정성껏 담근 간장과 간수를 뺀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게 음식 맛의 비결이다. 그가 담근 김치며 장맛이 워낙 좋아 시집 간 딸들이 아직도 엄마 손맛만 찾지만, 나이든 엄마는 귀찮기보다 아직도 자식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따름이다.



윤성자 씨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고등어 완자. 가시를 발라내고 고등어 살과 갖은 채소를 곱게 다져 넣어 어린이나 노인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



▶ 고등어 완자(10인분)


1. 고등어 15마리는 포를 떠서 살코기만 잘게 다진다. 간수를 뺀 왕소금 반 줌, 다진 마늘 1컵, 다진 생강 3큰술을 넣고 후추를 뿌려 비린내를 잡는다.

2. 빨간 피망 1개, 파란 피망 1개, 당근 1개, 대파 세 줄기를 다져 고등어 살과 버무리고 한입 크기로 둥글게 빚는다.

3. 전날 저녁 불려둔 찹쌀 400g을 쟁반에 깔고 고등어 완자를 굴려 찹쌀 고명을 붙인다.

4. 큰 냄비에 겅그레(찜기)를 얹고 은박지를 깐 뒤 고등어 완자를 올려 30분쯤 찐다.



몸통만 큼직하게 썰어 넣어 씹는 맛이 좋은 생오징어 젓갈은 매콤하고 짭짤해서 밑반찬으로 딱 좋다.



▶ 생오징어 젓갈(15인분)


1. 오징어 7마리는 내장을 버리고 껍질을 벗긴 뒤 몸통만 새끼손가락 크기로 큼직하게 썬다.

2. 청양고추 한 팩, 저민 마늘 2컵, 다진 마늘 2컵, 참기름 반 병, 왕소금 한 줌 반, 통깨 네 줌, 고춧가루 400g을 넣고 저민 오징어와 버무린다.

3. 생수를 서너 컵 정도 부으며 양념이 뻑뻑하지 않게 농도를 조절한다.

4. 입맛에 따라 양념을 가감하여 무친 뒤 통깨를 약간 뿌리고 바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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