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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시간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

2015-12-14 18:11 조회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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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을 향한 화가의 열정


<반 고흐_별이 빛나는 밤_1889>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도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수 없는 어른들의 만남과는 다르게, 갓난아기의 눈망울이나 어린아이의 솔직한 표현은 그 어떤 누구와도 교감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화려한 자기주장보다 아이의 눈물과 웃음이 더 쉽게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보면 감동이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단순한 솔직함을 통해 느끼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은 어린아이의 세계처럼 누구든 그의 감정과 의도를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깊고 푸른 밤하늘에 일렁이는 별들의 둥근 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투박한 붓질이 흐르는 방향대로 시선을 옮기다보면 우리는 화면을 가득 채운 우주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어요. 맑은 여름밤 시골에서 검은 하늘을 이불 삼아 한참을 누워 있다 보면 수억, 수천 개의 반짝거림이 촘촘히 웅성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같은 것이죠. 밤은 그저 대답 없는 검은 장막이 아니라 촘촘하게 채워진 우주의 신호를 떠안은 지붕 같은 장소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벅찬 감정을 줍니다. 결코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무한한 우주에 비해 너무도 작은 존재인 인간의 서글픔은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 속에서 표현되어온 밤에 관한 인류 공통의 감정이죠.


이 그림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고흐가 침실 오른쪽 창문을 통해 바라본 6월의 밤입니다. 그는 낮과 밤의 계절과 기후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병원 창밖의 풍경을 수십 개의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 작품에서만큼은 사이프러스 나무 오른쪽을 자신의 고향 네덜란드 마을의 풍경으로 바꾸어 그려 놓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가난하고 외롭게 화가의 길을 걸어오던 그는 고갱과도 결별하고 자신의 왼쪽 귀를 스스로 자를 정도로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자진해서 들어온 생레미 요양원에서의 밤은 그에게 고독한 어두움의 극점이었을 것입니다.


고흐가 남긴 글을 통해 우리는 이 장면이 동트기 전 새벽, 가장 적막한 밤의 끝자락임을 알 수 있어요. 그의 고독한 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밤이며, 사이프러스 나무가 상징하는 죽음의 장소를 상상하는 밤이며, 무한한 우주와 대화하는 화가의 희망을 담은 밤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 슬픔과 그리움의 정서를 뛰어넘는 탁월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습니다. 별이라는 대상이 가진 영원함에 가닿고 싶은 화가의 순수한 열정이 그의 성실하고 열정적인 붓질에 꾸밈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죠.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 “왜 하늘의 빛나는 점들은 프랑스 지도의 검은 점처럼 닿을 수 없을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이 우리는 별에 닿기 위해 죽는다.” 고흐가 남긴 수많은 글과 작품들은 그림에 열정을 품었던 한 인간의 순수한 에너지가 수백 년을 거치고도 퇴색되지 않고 여전히 별처럼 빛나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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