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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담은 반찬가득, 할머니가 외가에서 오시는 날

2014-12-13 05:20 조회 969
일기 그리는 엄마-강진이
가족과 이야기와 추억을 그리며 나는 행복해진다.

할머니가 외가에서 오시는 날은

온 집안에서 시골 내음이 났다.

팥, 콩, 제사 떡, 똘똘 뭉쳐 싼 시금치,

참기름, 식혜 만들 엿기름...

딸네를 생각하며 하나하나 꽁꽁 쌌을 할머니를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아마 우리 엄마도

그런 할머니모습을 보고 배우셨겠지.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어

딸이 밥도 못 해 먹을까봐 늘 노심초사인 우리엄마.

내가 좋아하는 우거지된장조림, 파김치, 깨끗하게 깐 햇 콩..

사위 좋아하는 겉절이, 애들 먹을 쵸콜릿까지

반찬통마다 사랑을 가득 채워

그 옛날 할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 산타가 선물을 가득 싣고 오듯이,

한 밤중 차 안 막힐 때 딸네 집에 기습방문 하신다.

바람도 쏘일 겸

과거에 인심 넉넉한 아낙들이었던

두 할머니를 뒤에 태우고 말이다.


내 앞에 보따리를 떨궈주시고

집에 들어오시지도 않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불현듯 죄인이 된 것 같다.

요 며칠 참 못되게 했던 내 모습도 떠오르고

사는 게 뭔가..싶으면서 부족한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낯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부모가 되어

점점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를, 할머니를 여자로, 부모로, 사람으로

아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따금 생각과 행동이 따로 움직여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 오가기도 하지만

정성 담아 만들어 오신 맛난 음식들을 감사히 먹으며

나는 딸로서 마음정화를 할 수 있다.


‘하느님은 세상 도처에 본인을 대신해서 세세하게 챙겨줄

어머니를 보냈다.’고 한다.

엄마..에게 한없이 퍼주기만 하는 사랑을 보고 배웠으니

나도 그런 엄마가 돼야 할 텐데.. 자신이 없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노력하는 엄마는 되어야겠지.



200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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