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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동화 : 고슴도치와 제 새끼 <속상해 하지 말아요>

2015-12-10 09:00 조회 1,335
숲속 나라 동화 이야기
엄마가 읽어주는 하루 5분 창작 동화 글.최재희

다녀왔습니다.


나는 신발을 벗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왜냐하면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 이예요. 서연이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인데, 윤후는 서연이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샘이 나요. 화가 나고, 속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요.


학원 잘 다녀왔어? 그런데 우리 딸 얼굴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 혹시 서연이랑 다퉜어?


그런 거 아니야.


선생님한테 혼났어?


아니. 선생님이 숙제 잘해왔다고 칭찬해 주셨어.


그런데 우리 딸 얼굴이 기쁘지 않아 보여. 무슨 일 일까?


엄마 나 머리 땋아줘. 엄마가 나 머리 땋았을 때 예쁘다고 했잖아.


나는 방에서 빗과 머리끈을 찾아서 엄마 앞에 가서 앉았어요. 엄마는 내 머리카락에 빗질을 해주셨어요. 엄마가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져주니까, 갑자기 코가 시큰거리고, 눈물이 났어요.


흑흑...


영서 왜 울어?


엄마, 난 왜 피부가 까매? 나도 하얀 피부였음 좋겠어. 머릿결도 찰랑찰랑 대고 부드러웠으면 좋겠어. 부스스하고 마음에 안 들어.


엄마는 머리를 땋으시며 말했어요.


누가 영서 피부 까맣다고, 머리카락 부스스 하다고 놀렸어?


아니. 그냥. 그럼 예쁠 것 같아서. 서연이 처럼


영서는 지금도 예뻐. 까만 피부가 얼마나 매력적인데.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이 얼마나 예쁜데. 엄마는 서연이보다 영서가 100배는 더 예쁜 것 같은데.


치이... 그건 엄마가 우리 엄마니까. 엄마 눈에만 그런 거고. 윤후 눈에는 아닌가봐.


머리 다 땋았다. 거울 볼래?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거울을 봤어요. 정말이네. 머리를 땋으니까 더 예쁘네. 기분이 조금 풀어졌어요. 그래도 서연이만큼 예쁘지는 않을 거예요. 다시 기분이 가라앉았어요.


그때 엄마가 나를 불렀어요.


영서야, 엄마랑 쿠키 만들까? 너 쿠키 만드는 거 좋아하잖아.


. 손 씻고 올게요.


엄마는 바보예요. 쿠키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예요. 난 그저 엄마를 도와드리는 것을 좋아할 뿐 이예요.

거실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며 엄마가 말했어요.


영서는 윤후를 좋아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 아니고 그냥. 키가 크고 운동도 잘 하니까. 지난번에 내가 크레파스 잃어버렸을 때 찾아주기도 했고. 몰라.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졌어요.

내 대답에 엄마가 큭큭 웃으셨어요.


아빠 들으면 서운해 하시겠다. 아빠는 영서가 아빠만 좋아하는 줄 아시는데...


윤후 좋아하는 거 아니라니까. 엄마 바보. 물마시고 올래.


나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올 때 식탁 위에서 버터 좀 가져 올래?


나는 버터를 가지고 다시 거실로 와서 앉았어요. 엄마는 쿠키 반죽을 하시면서 말했어요.


서연이 예쁘지. 그렇지만 엄마 아빠 눈에는 영서가 제일 예뻐. 그리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눈에도 영서가 제일 예쁠걸. 미연이모도 영서 미스코리아 내보내야 한다고 그랬잖아.


가족 말고...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해야지. 엄마 아빠는 가족이니까. 그러는 거 다 알아.


당연히 엄마 아빠는 고슴도치니까. 그렇지만 다른 사람 눈에도 영서가 엄청 예뻐 보인다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어. 정말이야.


큭큭큭... 엄마 아빠가 고슴도치야? 엄마는 까칠까칠한 털이 없는데. 그리고 이렇게 큰 고슴도치가 어딨어?


엄마가 고슴도치라고 생각을 하니 갑자기 웃음이 났어요. 고슴도치가 앞치마를 입고, 쿠키를 만들고 있다니.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고슴도치는 털이 뻣뻣하고 까칠까칠하지. 그렇지만 자기 새끼는 털이 부드럽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반드르르 하다는 뜻이래.


엄마, 그건 거짓말이잖아.


아니야. 우리가 보기엔 거짓말이지만, 고슴도치 엄마 아빠한테는 함함해 보일거야. 원래 부모의 눈에는 자기 자식이 다 잘나고, 귀여워 보이는 법이거든.


치이...그게 뭐야? 그럼 나도 엄마, 아빠 보기에만 예쁘다는 거잖아.


엄마는 나에게 밀대를 건네주셨어요.


자 이제 반죽을 밀자. 그렇지만 우리 영서는 특별해. 엄마 아빠 눈에도 예뻐 보이고, 친구들 눈에도 예뻐 보이고, 선생님 눈에도 예뻐 보이고.


그럼 윤후 눈에는?


예뻐 보이지 않을까? 싫어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크레파스도 찾아줬지. 그리고 혹시라도 윤후가 다른 친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속상해 하지 않아도 돼.


?


영서가 어른이 되면 윤후 보다 더 더 더 멋진 친구가 영서를 좋아할 거니까. 그때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정말 그럴까? 엄마, 이제 쿠키 틀에 찍어. 나는 별 모양 찍을 거야.


그럼 엄마는 우주선모양.


나는 엄마와 열심히 쿠키 틀에 반죽을 찍었어요. 그리고 오븐에 집어넣었어요. 엄마가 왜 요리를 좋아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열심히 만들다보면 속상했던 일을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고소한 쿠키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졌어요. 내일 쿠키 싸가지고 가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야지. 준영이도 주고. 민준이도 줘야지. 물론 서연이도 주고, 윤후도 줄 거예요. 엄마 말대로 내가 어른이 되면 지금 속상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겠죠. 분명히 그렇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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