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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17 : 익숙함에 대하여

2015-10-28 11:48 조회 1,431
청춘만담
길을 묻는 청춘들에게 말한다, 스마일 전도사 이목을 화가의 레터세이

캡틴 스마일, 고양이 좋아하세요?

저에게는 진짜 고양이 친구가 있답니다.

오래전부터 함께한 카오스 고양이예요. 세 가지 색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서 ‘카오스’라고 하지요. 이름은 꼬맹이인데, 목에 방울을 달아주지 않으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고양이로 착각할 만큼 못생겼답니다(소곤소곤, 그녀에게는 비밀이에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로 착각하며, 오늘도 창가에 앉아서 그루밍을 하고 있어요. 아주 요염한 눈빛으로요.

정말 웃기지요?



오래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잖아요.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지요. 동물과 사람 사이도 그렇답니다.



그녀와 제가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어요. 그녀는 갖은 애교를 부렸고, 저는 맛있는 간식을 흔들며 매력을 발산했죠. 그녀가 요염하게 야옹거리면 저는 너의 사랑을 받아주겠노라는 듯 그녀의 턱을 살살 쓰다듬어주었어요.

그러고 나면, 닫혀 있던 마음이 서로를 향해 활짝 열렸어요. 예전에는 마치 의식처럼 간단한 스킨십을 통해 하루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끼는 익숙한 존재가 되었죠.

그녀가 저에게 애교 부리지 않아도, 제가 그녀를 쓰다듬고 있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존재 말이에요. 이제는 서로를 신경 쓰지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곤 하지요.



그녀는 여덟 살이에요.

고양이는 나이 먹는 속도가 사람보다 일곱 배 더 빠르니까 쉰여섯 살쯤 되겠네요. 꼬맹 씨는 이제 사람처럼 팔자 주름이 밑으로 축 처지고, 탄력 있던 뱃살도 물컹물컹해졌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그녀에게서 세월의 흐름을 느껴요. 이제 그녀와 함께할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어요.

문득 슬퍼져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너무 익숙해져서

꼬맹 씨에게 신경 쓰는 것조차 잊고 있었구나.



캡틴, 익숙함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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