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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미네 이야기> : 소심이 봉숭아씨

2016-01-07 11:58 조회 438
숲속 나라 동화 이야기
엄마가 읽어주는 하루 5분 창작 동화 글.최재희

보미는 시장에서 봉숭아 씨를 사왔어요. 봉숭아꽃이 피면 엄마가 손톱에 고운 봉숭아물을 들여 준다고 했어요. 보미는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씨앗을 화단에 심었어요. 보미는 한 삽 깊이 파고 흙을 잘 덮은 다음 물을 흠뻑 뿌려주었어요.


“얼른 커서 내 손톱으로 와.”


보미는 흙을 토닥이며 작게 속삭였어요. 그리고는 집안으로 종종거리며 쏙 들어갔어요.


건조한 씨앗봉투 안에 잠들어 있던 봉숭아씨는 축축한 땅의 기운을 느끼자 스르르 눈을 떴어요.


“여긴 어디지? 축축하고 어둡네.”


“안녕. 여긴 보미네 앞마당이야. 나는 앞마당을 지키는 흙이야. 민들레와 개미는 날 흙대장이라고 부르더라고. 그러니 너도 흙 대장이라고 부르면 돼.”


봉숭아씨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흙을 더듬거리며 흙 안의 물기를 씨앗 가득 흡수했어요.


“아 시원하다. 그동안 엄청 물을 마시고 싶었어요.”


흙대장은 봉숭아씨에게 민들레와 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상추모종을 소개해 주었어요. 그들은 모두 친절했어요. 민들레는 뿌리를 길게 뻗어 봉숭아씨의 둥근 머리를 토닥여 주었어요. 개미와 지렁이는 자신들이 앞마당 터줏대감이라며 앞으로 모르는 것은 자신에게 물어보라며 큰소리를 쳤어요. 그러다가 서로 더 많이 알고 있다며 투닥투닥 싸웠어요. 개미와 지렁이가 싸우자 봉숭아씨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어요. 그러자 상추모종이 킥킥 대며 웃었어요.


“쟤들은 원래 저래. 친해서 그러는 거니까. 겁 내지 마.”


보미네 앞마당은 무척 살기 좋았어요. 흙대장은 식물에게 영양분과 물을 골고루 나눠주었어요. 민들레와 상추모종은 자신이 보는 땅 위 세상에 대해 얘기해 주었어요. 햇님이 얼마나 따뜻한지, 구름이 몽실몽실해서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어요. 봉숭아씨는 얼른 땅위로 나가고 싶었어요. 자신도 따뜻한 햇볕을 직접 느끼고 몽실몽실한 구름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보미네 앞마당에 큰 일이 났어요. 그 날은 하늘이 우르르 쾅쾅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날이었어요. 갑작스럽게 많이 내린 비로 상추모종이 떠내려가고 민들레는 뿌리로 흙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어요. 개미와 지렁이도 흙 속을 떠났어요. 흙대장은 엉망이 된 앞마당을 정리하느라 바빠서 봉숭아씨를 돌봐줄 시간이 없었어요. 봉숭아씨는 혼자 남겨진 채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했어요.


몇 일의 시간이 지나고, 보미네 앞마당도 다시 평화를 찾아왔어요. 흙대장은 한숨을 돌리며 봉숭아씨에게 말했어요.


“혼자서 무서웠지? 이제 걱정 마. 다행히 큰 비가 지나갔어.”


“흙대장 상추모종이 없어졌어요. 떠내려가서 죽었을 지도 몰라요.”


봉숭아씨는 슬프고 무서워서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그래. 그렇구나.” 흙대장도 한 숨을 쉴 뿐 더는 말이 없었어요.


몇 일에 시간이 더 지나자 봉숭아씨는 자신이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온 몸이 간지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흙대장 제 몸이 이상해요.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요.”그러자 흙대장이 빙긋 웃었어요.


“싹이 나려는 가보다. 몸속에 있는 싹을 밖으로 내보내야 간지럽지 않지.”흙대장은 많이 컸다며 봉숭아씨를 칭찬해 주었어요. 개미와 지렁이도 봉숭아씨가 이제 곧 땅 위 세상으로 나오겠다며 축하해주었어요. 그렇지만 봉숭아씨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요.


봉숭아씨는 싹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어요. 몸이 간지러워도 꾹꾹 참았어요.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흙대장이 봉숭아씨에게 물었어요.


“봉숭아씨야, 왜 그러니?”“사실... 저는 땅 위로 나가기 무서워요. 싹을 틔우면 어쩔 수 없이 땅 위로 나가야 하잖아요. 민들레와 상추모종은 땅 위가 아름답다고 했지만, 상추모종은 비에 쓸려나가 죽었고, 민들레는 시름시름 앓으며 아직도 다 낫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렁이 말로는 햇빛은 너무 따가워서 그 밑에 오래 서있으면 말라 죽는댔어요.”


흙대장은 봉숭아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그렇구나. 나도 상추모종이 보고 싶어. 민들레가 아픈 것도 싫고. 그렇지만 민들레는 곧 싹 나아서 다시 기운이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 올 거야. 민들레는 언제나 씩씩하게 이겨냈는걸.”흙대장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어요.


“그리고 너의 안에 있는 새싹은 참 파릇하고 씩씩할 것 같은데. 그걸 보여주지 못하고 땅 속에서 썩히는 건 무척 아까운 일이야.”


“그렇지만... 저는 무서워요. 지렁이 말처럼 햇볕에 말라 죽으면 어떡해요?”


봉숭아씨는 겁에 질려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지렁이는 햇빛이 무척 약하지. 그렇지만 너는 식물이잖아. 햇빛은 너에게 양분이 될 거야. 너를 자라게 하고. 아름답게 꽃 피우게 할 거야. 보미가 널 기다리고 있어. 네 꽃이 보미 손톱을 예쁘게 물들여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


그 말을 듣자 봉숭아씨는 조금 용기가 솟았어요.


“정말요? 햇빛이 날 죽이지 않는 거죠? 보미가 날 기다리는 거죠?” “그럼. 땅 위 세상은 험하지만 땅 속보다 아름다워. 그리고 네가 싹을 틔워서 지렁이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면 지렁이가 햇빛을 피할 수 있을 거야. 어때? 멋지지?”


흙대장의 말을 들은 봉숭아씨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가슴이 뜨거워지고 힘이 불끈 솟았어요.


“좋아요. 흙대장님 저 싹을 틔우고 땅위로 올라갈래요.”봉숭아씨가 몸에 힘을 주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새싹이 흙을 뚫고 땅위로 힘차게 올라갔어요.


“봉숭아씨 아니 이제 봉숭아라고 불러야지. 땅 위 세상은 어떠니?”


“우와! 너무 아름다워요. 민들레와 상추모종의 말이 맞았어요.”


봉숭아는 새싹에 와 닿는 햇살의 따사로운 감촉과 신선한 땅 위 공기를 느끼며, 구름이 흘러가는 멋진 하늘을 보며 감탄했어요. 봉숭아는 생각했어요.


‘어서 자라서 보미에게 예쁜 꽃을 줘야지.’


봉숭아물이 곱게 든 보미의 손가락을 상상하는 봉숭아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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