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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하고 새콤한 영양만점 건강식 : 밤·쇠비름 장아찌 주먹밥

2015-09-23 15:12 조회 2,328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 이야기
할머니의 요리 하나, 인생 하나

‘장아찌 달인’ 안순흥 씨(62세, 충남 공주시)의 아파트에는 냉장고만 네 개다. 이게 다 장아찌 때문이라며 웃는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베란다에는 말린 채소와 말린 꽃, 채소 농축액이 그득하다. 5년 전부터 조금씩 채워나간 식재료 곳간을 안 씨는 보물창고라 부른다.


그의 회심작은 밤과 쇠비름으로 만든 장아찌다. 흔히 맛보기 힘든 밤 장아찌는 깎은 밤을 식초와 설탕을 섞은 물에 이틀쯤 재었다가 장아찌용 간장에 담가 만든다. 맛의 비밀은 절임 간장. 진간장, 매실 농축액, 소주, 식초를 순서대로 4:3:2:1 비율로 섞어 만든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 몸에 좋다는 쇠비름은 잎을 떼고 줄기만 쓴다. 간간한 소금물에 식초를 몇 방울 넣고 쇠비름이 푹 잠기도록 3~4일 눌러 삭힌다. 다음 헹궈서 물기를 빼고 장아찌용 간장에 한 달쯤 담근 뒤 먹는다. 밤 장아찌는 만든 지 한 달 내로 먹어야 하지만, 쇠비름 장아찌는 2년을 묵혀도 맛이 그대로다. 이렇게 즐겨 먹던 장아찌를 잡곡밥에 다져 넣은 ‘밤·쇠비름 장아찌 주먹밥’으로 2013년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밤의 고장으로 유명한 공주시에 살다 보니 안 씨는 밤을 활용한 음식에 관심이 많다. 강원 철원군의 시댁에서 부쳐 먹던 메밀 전병을 응용해 밤가루 전병도 만든다. 밤가루 반 컵, 물 3컵, 찹쌀가루나 부침가루 3큰술을 넣어 반죽을 만드는데 묽어야 전병이 얇게 잘 부쳐진다. 전병 속은 두부 반 모와 신 김치를 각각 면 보자기에 넣어 물기를 꽉 짜고 다진 대파 반 뿌리, 마늘 한 큰술, 깨소금 반 큰술, 참기름 한 큰술, 후춧가루 넣고 버무려 속을 채운다.


스물두 살에 고향 친구 오빠와 결혼해 구 남매의 맏며느리가 된 안 씨의 요리 스승은 시어머니였다. 장 담그는 법부터 두부 만드는 법까지 차근차근 배웠다. “처음 배운 게 두부야. 아무것도 모르는데 맷돌질부터 하라니 팔은 또 얼마나 아프던지. 아유, 맷돌 소리만 들어도 먹먹해지네.”


남편이 공주시로 직장을 옮기면서 시집살이 3년 끝에 분가한 안 씨는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2011년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내 공주농업대학에 입학하면서 인터넷을 배우고 요리 블로그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요리 실력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남편의 성을 따 ‘당가네 찻집’이라 이름 붙인 블로그처럼 안 씨의 주방 벽에는 다양한 전통차 메뉴판이 붙어 있다. 맨드라미차, 연근차, 비트차…. 집에 찾아온 손님이 말만 하면 어느 것이나 바로 만들어준단다. 남편에겐 말린 곰보배추, 도라지, 구기자, 무를 넣고 끓인 차를 매일 아침 건넨다.


음식 잘하는 안 씨 덕분에 입맛이 까다로워진 가족이 만장일치로 좋아하는 음식이 황태 불고기다. 황태도 고르는 요령이 있다. “퍼석퍼석한 것은 안돼요. 살결이 단단한 것을 사야 물에 불렸다가 구웠을 때 쫀득쫀득하죠.”


시중에 파는 황태 불고기는 매콤한 고추장 양념이 대부분이지만, 안 씨는 달콤한 불고기 양념에 이틀쯤 재웠다가 구워 먹는 걸 좋아한다.


취재를 위해 부탁한 음식을 다 만들었어도 안 씨는 냉장고를 닫을 줄 모른다. 쟁여둔 비장의 음식들이 상을 가득 채웠다. 구절판 만들고 남은 오이로 만든 새콤달콤한 소박이, 설 명절이나 대보름 명절에 남기 쉬운 묵나물로 만든 유부 주머니 전골까지. 특히 카레 가루를 넣어 만든 쫄깃한 돼지껍질 편육은 처음 맛보는 별미다. “당귀, 감초, 작약을 넣고 사골 고듯 푹 삶아야 돼지 냄새가 안 나요. 어느 정도 걸쭉해지면 당근, 고추 다져 넣고 네모반듯한 그릇에 부어 묵처럼 굳혀요. 이게 콜라겐이라 여자한테 참 좋아요.”


정성과 시간이 적잖게 들어간 음식들을 손님상에 다 내놓기 아까울 법도 한데 아니란다. “아유, 남으면 뭐해? 기왕 음식을 했으니 여럿이 와서 먹으면 좋잖아. 시부모님이 옛날에 그러셨어요. 사람 사는 집에 사람 발길이 끊기면 그 집은 끝나는 거라고.”


점심때가 되니 그가 아끼는 ‘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요리를 잘하는 안 씨를 ‘장금 여사’로 부르며 따르는 사람들과 왁자지껄 먹는 밥은 혼자 먹는 밥과 맛이 달랐다. 사람 사는 맛이란 함께 먹는 맛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껍질 벗긴 밤을 곱게 채 썰어 고명을 만들고 비트 가루로 분홍색을 낸 주먹밥. 잡곡밥에 밤 장아찌와 쇠비름 장아찌를 다져 넣어 씹는 맛이 좋다.



▶ 밤·쇠비름 장아찌 주먹밥(4인분)

1. 밤 장아찌와 쇠비름 장아찌는 물기를 빼고 잘게 다진다.

2. 따끈한 잡곡밥 4공기에 다진 장아찌, 참기름 2큰술, 깨소금 1작은술을 섞어 양념한다.

3. 밤 200g은 속껍질을 벗겨 곱게 채 썬다. 절반은 그냥 두고 절반을 덜어 비트 가루 1작은술을 넣고 분홍색으로 물들여 2색 고명을 만든다.

4. 양념한 잡곡밥을 한입 크기로 뭉쳐 밤 고명 위로 굴린 다음 같은 색끼리 모아 담는다.



쫄깃하고 고소한 돼지껍질 편육, 밤가루 전병, 시골 동치미와 각종 장아찌, 황태 불고기까지 푸짐하게 차린 상은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 황태 불고기(4인분)

1. 황태 3마리를 가위로 잘라 물에 삼사십 분 정도 담가둔다.

2. 마늘 5쪽, 양파 반 개, 배 반쪽, 맛술 3큰술, 참기름 2큰술, 후춧가루 약간, 진간장 3큰술, 매실 농축액 2큰술, 청양고추 3개를 믹서에 곱게 간다.

3. 위 재료와 불린 황태를 골고루 주물러 재운 후 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4. 들기름을 두르고 팬에 앞뒤로 구운 다음 잣이나 대추를 다져 고명으로 올린다.



설 명절이나 대보름날 남아도는 묵나물을 활용해서 만들면 좋은 유부 주머니 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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