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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특강 <미인도>, 신윤복

2015-12-18 09:10 조회 1,376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미술사학자 오주석이 들려주는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 <한국의 미 특강>

<미인도>, 신윤복, 비단에 채색, 114.2×45.7cm, 간송미술관 소장


이것은 혜원 신윤복(1758~1813)이 그린 <미인도>입니다. 여성을 그리지 않았던 내외하는 세상, 조선시대의 여자 그림이니 보나마나 기생이겠죠? 기생이지만 저 얼굴 좀 보십시오. 아주 조촐하고 해맑은 인상이죠?


이 치마 아래에는 오색 또는 일곱 가지 색의 무지기라는 속옷을 입습니다. 층층이 색이 다른 속옷이 옅은 옥색 치마 아래로 은은하게 비쳐 보였겠지요. 이런 것이 조선식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통치마가 푸하게 부풀었기 때문에 옛날 분들은 머리에도 큰 다래머리를 얹었습니다.


자연 위아래 균형이 잘 맞았는데, 시중의 그림책 같은 데서 이 그림 설명을 찾아보면 상당히 에로틱한 그림이라고 해석한 것이 많습니다. 하긴 주인공이 옷고름을 풀고 있으니까요. 옷을 벗고 있습니다! 오른편에 드리운 것은 속옷 고름이죠. 연지빛으로 도드라지게 칠했습니다.


요즘은 하도 이상한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 세상이라서 어떨는지 모르지만, 예전 남정네들은 이런 기생의 연지빛 속고름이 드리워진 그림만 보아도 아마 가슴이 막 쿵쾅쿵쾅 했을 거예요.


그런데 혜원이 여기다 뭐라고 써 놓았느냔 하면, 반박흉중만화춘盤薄胸中萬化春을 필단능여물전신筆端能與物傳神이라 이 조그만 가슴에 서리고 서려 있는, 여인의 봄볕 같은 정을 붓끝으로 어떻게 그 마음까지 고스란히 옮겨 놓았느뇨? 하였습니다. 자기가 그린 그림에 자기가 엄청 칭찬을 해 놓았죠? 그야말로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청중 웃음


제 생각에는 여기에 연유가 있다고 봅니다. 이 여인의 눈빛을 자세히 뜯어보십시오(102-미인도 상반신) 이 앞에 누군가 남정네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까? 분명 여인이 옷을 벗기는 벗는 모습이지요.


옷을 입는 모양일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아래 치마끈 매듭이 풀려 느슨해진 것을 보십시오. 하루 일이 끝난 고단한 몸을 우선 치마끈 매듭부터 풀러 숨 쉬게 해놓고 이제 막 저고리도 마저 벗으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옷고름을 풀 때는 이렇게 한 손으로 노리개를 꼭 붙들고 끈을 끌러야 아래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위에 남자가 없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요? 남자는커녕 아무도 없는 게 분명합니다. 이 꿈꾸는 듯한 눈매를 보세요! 이런 맑은 표정이 남 앞에서 나오겠습니까?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신윤복이 저 홀로 지극히 사모했던 기생을 그린 것 같습니다. 그것도 대단한 일류 기생을 말입니다.


아득하니 저 멀리 높이 있어서 도저히 제 품에 넣을 재간은 없고, 그렇다고 연정을 사그라뜨릴 수도 없으니까 이렇게 그림으로라도 옮겨 놓은 것 같아요.


기생이라고 하면 여러분, 흔히 요새 술이나 따르는 고만고만한 그런 여성을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물론 조선시대라고 그런 기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기생이라는 게 사실 천차만별입니다. 가끔 국악 하셨던 분들께 예전에 뭐하셨어요, 할머니? 그렇게 물으면 나 기생이었다.고 당당하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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